스키장
2022.01.19
친구들과 오랜만에 스키장을 다녀왔다. 작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스키장을 못가서 2년만에 가는거라 너무 설레서 진짜 몇일전부터 계속 스키장 영상 유튜브로 보고 시간도 빨리 보내려고 공부도 안했다… 맨날 스키만 타니까 좀 질리기도 하고, 아무래도 스키는 좀 멋이 안나서 이번에는 보드를 타보고 싶은 마음이 좀 있었는데, 갑자기 내가 보드를 타면 다른애들은 중급 상급에서 쌩쌩 달릴 때 혼자 초보에서 구르면 재미 없을까봐 망설여져서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보민이를 스키장 가자고 꼬시는데 자꾸 실력차이 나서 니네들 자기 버리고 가버릴거 아니냐고 해서, 그냥 그러면 나도 보드 탈테니까 같이 가자고 꼬셔서 나도 보드를 타게 됐다. 그 이후로는 하루종일 보드 강의 유튜브를 보며 스키장 가는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원래 우리는 급진용평스키파로, 용평이외의 스키장은 스키장이 아니다! 라는 아주 스키장사대주의적인 사상을 가진 사람들이었지만, 휘닉스파크의 숙소비와 리프트값이 말도안되게 저렴해서 이번에는 부득이하게 휘닉스파크로 행선지를 정하게 되었다. 용평만이 가진 고즈넉한 산속에서 스키를 타는 느낌과 기가막힌 밸런스의 코스를 포기한건 너무 아쉬웠지만, 그러기엔 너무나 합리적인 가격의 휘닉스파크였다…
출발하자마자 휴게소에 들려서 밥을 먹었는데, 민구랑 나는 아침을 먹고나와서 밥먹기가 조금 그래서 그냥 간식거리나 하나 먹으려고 핫도그를 하나 샀다. 먹기전에 핫도그는 맛이 없을수가 없다면서 민구랑 개호들갑을 떨면서 포장해서 가져왔는데, 진짜 태어나서 먹은 핫도그 중에 제일 맛없었다… 사기전에 무슨 저지방 소세지니 뭐니 써있었는데, 소세지가 저지방이라 그런지 진짜 너무 맛없고 소스도 그냥 케찹이랑 머스타드나 뿌려주지 무슨 이상한 맵기만한 소스를 뿌려서 너무 별로였다…
그래도 휴게소에서 친구들이랑 뭐를 사먹는다는 것 자체가 오랜만이라서 너무 설레고 재밌었다. 그렇게 한 두시간반을 달려서 휘닉스파크에 도착했다. 숙소가 1박에 9만원 짜리였는데, 20평정도되는 온돌방이었다. 역시 친구들이랑 스키장가서는 온돌방이 최고인것 같다. 슬로프 오지게 타고 온돌 바닥에 다같이 이불깔고 누워서 떠들다보면 진짜 천국이 따로 없다.
첫날은 야간권을 끊어서 도착해서 짐을 풀고 누워서 애들이랑 떠들면서 핸드폰좀 하다가 슬슬 준비를 하구 나갔다. 오랜만에 스키장에 왔다는 설렘과 처음으로 보드를 탄다는 새로움 때문에 너무 설렜다. 진짜 이렇게 친구들이랑 노는게 얼마만인지! 그렇게 준비를 마치고 가서 보드를 빌려서 신발을 신는데, 신발신는것 부터 난관이었다… 스키는 그냥 인라인처럼 되어있어서 딱딱 레버만 채우면 되는데, 보드는 무슨 끈으로 되어있어서 운동화 끈 조이듯이 조여야 하는데 이게 또 완전 밀착해서 조여야 나중에 타기 수월해서 끈을 묶느라 한참을 걸렸다.
힘들게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리프트에 몸을 올렸다. 스키장은 스키타는것도 재밌지만 리프트 타는것도 너무 재밌다. 뭔가 산속에 고립된듯한 기분과 공중에서 산속을 바라보는 이 기분이 너무 좋다. 뭔가 조용한 숲에 갇혀서 친구들이랑 이야기 하는 느낌이랄까 물론 한두번 타다보면 리프트가 그렇게 감질날 수가 없지만…
처음 탄 보드는 진짜 멘붕이었다. 아니 이상한게 보드를 신발에 체결하고 일어나려는데, 아무리 일어나려고 해도 몸이 안일어나져서 돌아버리겠는거였다. 다들 일어나는건 한번에 된다는데, 아무리 일어나도 몸이 안일어나졌다. 진짜 내 몸에 이상이 있는 줄 알았다. 후에 알고보니 무릎보호대가 너무 짱짱했었는데, 그게 무릎을 못펴게 해서 못일어나는거였다… 무릎보호대를 정강이로 내려버리고 일어나니까 한번에 일어나졌다. 내 몸이 이상한게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초등학교때 아빠랑 스키장에 가서 아빠가 보드를 가르쳐줬던적이 있는데, 그게 나한테는 거의 트라우마급으로 너무 안 배워지고 자꾸 넘어져서 엉덩이가 너무 아픈 경험이었다. 그래서 친구들이랑 스키장을 처음갔을때도 보드는 절대로 타지 않겠노라 다짐해서 스키를 타게 되었던건데, 한번 넘어지자마자 진짜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르면서 좀 무서웠다. 하루전에 급하게 쿠팡에서 엉덩이 보호대까지 구매해서 착용했는데도, 넘어지니까 엉덩이가 부서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하루종일 초급에서 낙엽만 타다가 집에 갈거라는 불안감에 트라우마고 뭐고 진짜 망한 탑라이너처럼 계속 갖다 박았다. 아마 2박 3일동안 넘어진 수를 셌으면 50번은 넘게 넘어졌을거다.
그렇게 계속 눈바닥에 갖다 박으면서 친구가 가르쳐준대로 하니까 점점 실력이 늘었다. 그리고 전날에 보고간 유튜브 영상이 진짜 많이 도움이 되었는데, 혹시 스키장에가서 보드탈 사람은 무조건 유튜브 “범빠덕션”님의 보드 강의를 꼭 보고 가기를 바란다. 진짜 보드 1타 강사급 실력이라서, 아마 이 영상 안보고 갔으면 2박3일내내 낙엽만 하다 왔을 수도 있다.
첫날은 낙엽이랑 반대방향 낙엽을 열심히 하고 둘쨰날부터는 S자를 연습했는데, 솔직히 내가봐도 좀 보드 재능충이었다. 보민이랑 연준이는 원래도 보드 몇번탔었었는데도, 내가 하루만에 다 따라잡아서 이튿날 마지막에는 그냥 내가 압도적으로 잘탔다. 역시 뭐를 배우려면 만족없이 계속 더 잘타려고 노력을 해야한다. 쟤네는 그냥 내려와지니까 자꾸 연습은 안하고 낙엽으로 중급만 주구장창 내려오니까 실력이 안느는거다 ㅎㅎ 중간부터는 보민이랑 같이 초급에서 계속 둘이 연습했는데, 그러다보니까 보민이도 실력이 엄청 늘었다. 솔직히 박보민은 스키장 별로 가고싶지도 않아 하는 눈치였었는데, 이번기회에 실력이 많이 늘어서 보드의 참재미를 느낀 것 같아서 맘이 좀 뿌듯했다. 김연준도 우리랑 특훈했으면 잘 탔을텐데 끝까지 고집부리더니 결국 끝날때까지 슬라이드 주행만 오지게 하다 마무리했다.
원래 우리 계획은 첫날은 야간권을 타고 둘쨰날은 종일권에 뷔페가 포함된 올데이패스를 타는거였는데, 첫날 타보니까 원래 우리는 스키를 한타임이상 못탔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아서, 바로 올데이패스 취소하고 야간권으로 바꿨다… 남은돈으로는 그냥 차라리 치킨을 시켜먹기로 했다. 스키라는게 참 체력을 너무나 많이 쓰는 운동인것 같다. 특히 첫날에 열두시쯤에 휴게소에서 뭘 사먹고 그상태로 야간권 밤 열시에 끝날때까지 아무것도 안먹은 상태로 스키를 탔는데, 인덕션은 또 한개밖에 없어서 음식 준비하는데 또 한시간반이 걸려버려서 12시간이 넘은 공복 상태에서 첫날 저녁 식사를 하게되었다. 진짜 태어나서 먹은것중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맛있는 식사였다. 아무리 시장이 반찬이라지만 열두시간 공복에 추운데서 보드타고 와서 먹는 저녁은 좀 선넘을 정도로 맛이 있었다.
(위 사진에 있는 음식에 추가로 삼겹살도 있었는데, 삼겹살 구워지는걸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어서 삼겹살을 올려놓고 식사를 시작했다.)
그렇게 첫날 식사를 마무리하고 오지게 부른배로 토크를 하다가 온돌방에서 이불을 깔고 누워서 한참을 토크하다가 잠들었다. 온돌에서 이불깔고 애들이랑 떠드는게 솔직히 제일 웃기고 재밌는것 같다. 사실 이거하려고 스키장 가는것 같은 기분이다.
둘째날에는 몸이 그냥 다 부서져서 다들 내내 잠만잤다. 괜히 자는게 아까운 나랑 강민구만 깨서 둘이 포커를 열심히 쳤다. 온라인으로 열심히 쳐서 내가 당연히 바를줄 알았는데, 또 이게 실제로 하니까 온라인보다 훨씬 루즈하기도 하고 헤즈업이다보니까 좋은패를 기다리는게 너무 감질나서 실수를 많이해서 따고 잃고 따고 잃고 결국 본전치기를 했다. 그래도 실제로 카드 잡고 하는게 온라인보다 훨씬 재밌었다.
둘째날에는 실력이 많이 늘어서 끝날때쯤에는 진짜 감잡아서 잘탔는데 그때쯤에 딱 시간이 끝나서 너무 아쉬웠다. 차라리 낮부터 탔으면 진짜 연장도 했을텐데 아쉬웠다 ㅜ 그래도 끝나고 가자마자 시켜서 한시간반을 기다려 받은 치킨이 정말 너무 맛있어서 행복했다. 역시 배고플때 먹는 치킨은 그냥 세상 모든 음식 중에서 제일 맛있다.
둘째날밤에는 애들이랑 단체로 포커좀 치고, 또 누워서 이야기를 한참하다가 새벽 다섯시반에 잠들었는데 뭔가 자는게 너무 아쉬웠다. 맨날 방구석에서 코딩하고 공부만하다가 진짜 오랜만에 동네 친구들이랑 이불에 누워서 떠드니까 너무 재밌고 행복했다. 원래는 사실 여행가고 어디가서 돈쓰는걸 별로 안좋아했는데, 요즘은 돈모으거나 내가 좋아하는거 뭐 사는것 보다도 어디 놀러가고 여행가는게 더 좋은것 같다. 이래서 취업한 친구들이 주말마다 그렇게 어디를 돌아다니고 놀러다니는 걸까.
방학 끝나기전에 누구랑 가던간에 스키장이나 한번 더 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여행때는 다들 취업좀 해서 소고기도 좀 먹고 방도 좀더 큰데서 놀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2박 3일간의 스키장 일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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