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리고 단장과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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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3

비가 내린다.
3주째 연속 주말마다 비가온다.
저저번주 봉사갈때도 왔고 저번주에 봉사갈때도 왔고 이번주도 온다.
비가 내릴때 밖에 있으면 그것만큼 짜증나는 일이 없지만,
또 집에 누워서 빗소리를 듣고있자면 또 나름의 정취에 창문을 열고 그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게된다.
오늘은 봉사 안가길 잘했다. ᄒᄒ
뭐 잠깐 설명하자면,
이번학기부터 작년 2학기에 들어갔던 봉사동아리의 단장을 맡게되었다.
2학년때 학교 중앙동아리 회장이후로 다시는 이런 동아리같이 득도 없고 힘들기만한 단체의 장은 맡지 않기로 결심했지만, 이 감투라는게 또 중독성이 있는건지 어쩌다 보니 2학기때 세번나간 동아리의 단장이 되어버렸다. 솔직히 중앙동아리 회장때 욕도 오질나게 먹고 힘든일도 많았어서 걱정했는데,
이번 동아리 회장은 솔직히 할만하고 재미도 있다.
동아리가 다른건지, 내가 그만큼 이 작은 단체의 회장은 담을만한 그릇이 된건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또 좋은 인맥들도 많이 쌓는 것 같아서 나름 만족하고 있는 상태다.
사실 2학년때 회장시절을 돌이켜보면, 욕먹을만도 했다.
그때는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도 잘몰랐고 솔직히 맨날 놀기만 해서 일처리도 대충대충 했던것 같다.
동아리가 또 여초였어서 나름의 힘든점도 있기도 했고, 선배들도 좀 옛날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많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때 내가 그러한 위치를 담을만한 그릇이 아니었다는건 지금이되서야 깨닫는다.
난 항상 지금 내가 가장 이성적이고 어른스럽다 생각하지만, 돌아보면 항상 그때의 나는 어리석었고 비이성적이다. 혼자서 나름의 성찰을 하는것으로 위안삼아야할까. 그렇기엔 또 지금 이 정도면 다 큰것 같단말이지…
그래서 이번엔 나름 사람들 관리하는 스킬도 늘었고 낯도 많이 두꺼워져서 단장활동에 아주 만족하고있다.
그리고 원래 같으면 휴학하고 그냥 집 공부 여자친구 집 공부 여자친구 반복이었을텐데,
단장 활동으로 또 나름 서류처리할 것도 많고 만남도 잦아서 삶에 활기가 도는 느낌이다.
어제는 얼굴도 모르는 동아리 선배님이 밤에전화하셔서, 얼굴 한번 보고싶다고
오는 택시비 가는 택시비 다줄테니까 지금 올 수있냐고 하셨다.
또 막상 찍어보니 왕복 택시비면 10만원이 넘는 거리라서
그 분도 부담스러우실 것 같아 정중하게 담에 뵙자고 했지만, 너무 감동받았다.
세상에 어떤사람이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한번 보고싶다고
오는 택시비, 가는 택시비 줘가며 와달라고 하겠는가. 너무 그 마음이 고마워서
다음에 부르시면 진짜 만사 제치고 가겠노라고 약속드렸다.
단장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누가 챙겨줄때마다 그 마음씨가 고맙고 이 단체에서 오는 소속감에서
뭔지 모를 따뜻함이 느껴진다. 나도 다음에 돈 많이 벌어서 후배 회장에게 저렇게 하겠다는 다짐도 하게되고… 저번주에 봉사가서 삽질을 오지게 하고오긴 했지만, 또 하루만 지나도 추억이니까…
그래도 매주 비도오고 추웠는데 2주 동안 꼬박꼬박 다 참여한것으로
단장의 책임감은 다한걸로 치고, 하루만 쉬어보겠다.
사실 뭐 아무도 내가 안간다고 뭐라안하겠지만, 이왕 하는거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남고싶다.
요즘따라 휴학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대로 졸업했으면 진짜 방향성없는 이상한 사람이 될뻔했는데,
1년정도 나라는 사람이 어떤사람인지, 내가 뭘하고싶은지, 나의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지 여유롭게 생각을 할 수 있게되어 너무 행복하다.
그저 생각뿐 아니라 지식면으로도 더 성장할 수 있는 1년 휴학이 되기를 바라며 비가 내리는 주말에 스터디 카페에서 몇자 끄적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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