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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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8

어제 하루종일 두통으로 인해 머리가 지끈 지끈 아프고
밥을 먹어도 소화가 안됐다. 감기기운이라고 둘러댔지만, 이유를 알고있었다.
그놈의 코인때문에 이틀동안 밥먹으면서도, 운동하면서도, 공부를 하면서도 차트를 켜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극심한 스트레스로 머리가 아프다는 걸 이틀간 태어나서 처음 겪었다.
진입하자마자 물리면, 하루종일을 후회로 보내며 ‘아 왜 내가 거기서 들어갔지’, ‘진짜 한번만 오르면 본전에 팔고 다시는 코인 안한다.’의 반복… 심지어 다시 올랐을때는 다시 그득한 욕심이 기어 올라와 팔지도 않고,
결국 또 손실로 이어진다. 이렇게 어제 하루에만 150가량을 날렸다.
그동안 벌기만 했지, 이정도의 금액을 잠깐 사이에 잃어본적은 없다.
난 얼마전만 해도 하루하루가 요즘 너무 행복하다고 생각했는데, 이틀동안 이렇게 불행할수가 없었다.

머리가 아프기도 하고, 더 차트를 보고있다가는 정신병에 걸릴것 같아서
그냥 그대로 잠들기도 하고 유튜브를 보기도 하고 했다. 그 중에 슈카님의 유튜브 채널을 봤는데,
갑자기 정신이 차려졌다. 물론 비트코인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20대 30대에 관한 이야기들이었지만
그 중에서 요즘 20대 30대가 단기에 큰수익을 올릴수 있는 코인시장에 다들 미쳐있다는 이야기.
단기간의 큰 변동성을 가진 투자는 절대 행복할 수가 없다고 했다.
나는 뭘 위해서 투자를 하는지 생각했다. 물론 돈을 벌기 위해 하는거지만, 나는 돈을 왜버는가??
돈벌어서 나의 여유로움으로 행복하고 싶어서 나는 돈을 벌고싶다.

그 관점에서 볼때, 비트코인 투자는 뭔가 잘못되었다.
돈을 벌어도 벌어도 만족스럽지도 않고, 성취감도 하나도 없다. 이건 나의 실력과 지혜로 얻어낸것이라는 생각이 전혀 안든다. 내가 이 코인을 왜 선택했으며, 왜 이 가격에 샀는지, 어떤 가격에 팔건지에 대한 아무런 기준이없다. 홀짝 도박을 할때, 홀을 고른 사람에게 왜 홀을 골랐는지에 대해 물어본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냥 느낌이 좋았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냥 느낌이 좋았고, 뭔가 오를것 같아서 샀다. 이걸 과연 투자라고 볼 수 있을까?
옛날에 영상같은걸 틀면 앞에 광고로 나오던 그래프게임 도박이 생각났다.
비트코인과 그 불법도박이 과연 다른점이 있을까.
호재들은 모두 기술력일뿐 코인의 가격과는 직결되는 부분이 없으며,

결제수단으로 이용할수 있는건 비트코인 하나외에는 하나도 없다.
실체가 전혀 없고, 이 코인을 만든 회사나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정말 그걸 하긴 하는지에 대한 아무런 증거도 찾을 수 가 없다.

그래서 난 오늘부터 비트코인을 접기로 했다.
운이 좋아서 그래도 돈을 벌은 상태로 정신을 차렸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운이 나빴다면 50프로의 수익이 아니라, 50프로의 손실 후 정신을 차릴 수도 있었다. 이것은 정말 엄청난 행운이었기에,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것은 나를 믿지 않는것이다.

내 본능은 또 차트를 볼것이며, 또 그 유혹에 무조건적으로 흔들릴 것이고, 나는 또 비트코인을 매수하게 될 것이다. 그 전에 미리 나를 그러한 본능의 상황에 놓이지 않게 해야한다. 내일이 되면 케이뱅크 계좌는 바로 해지할것이고, 업비트는 탈퇴할것이다. 저 비트코인이 올라 10억이 된다해도, 그렇게 벌어들인 돈은 도박판에서 딴 돈과 같다. 도박으로 딴돈은 결국 반복되는 도박의 반복끝네 잃어야 그 악의고리가 끊긴다.
아니, 어쩌면 평생 안끊길수도 있다. 도박으로 돈을 딴 후에 정신을 차렸음에 감사한다.
그렇게 어제 모든 돈을 출금하고 앱을 삭제해버렸다. 그리고 오늘, 비트코인은 폭락했다.
운이 참 좋았다고 생각했다. 하루만 더 갖고있었더라면, 지금쯤 얼마나 괴로운 하루가 또 되었을지
상상도 하기 싫다.

코인으로 번돈으로 맥북을 한대 더 구입했다.
이로써 코인으로 번돈은 모두 사용했다. 쉽게 번돈이라 쉽게 써지는걸까.
다시 처음부터 오늘 천만원을 받았다는 생각으로 정상적인 방법으로 투자하겠다. 잃더라도 얻는게 있고, 배우는게 있겠지.
내일이 기대된다. 이번에는 꼭 행복과 돈, 두마리 토끼를 다 잡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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