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이 있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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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4

일요일은 뭔가 늘어진다. 아니 사실 토요일도…
휴학하고 사실상 날백수 상태라 주말이란 개념이 없는 수준인데도, 요상하게 주말만 되면 늘어진다. 평소같으면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부터 하고 아침이면 스터디카페에 왔을텐데
여섯시반에 깨버리더니, 자고 일어나니까 여덟시반, 밥 먹는다고 뒹굴거리다가 열두시가 되서야 집밖을 겨우겨우 기어나왔다. 어제 맥주를 먹어서 그런가 몸이 굼뜬 느낌이다.
어제는 오랜만에 보민이가 청라에 와서 맥주를 한잔 마셨다.
원래는 맨날같이 질리도록 보고 연락하던 동네친구들이 이제 나이를 먹었다고 여간 바쁜게 아니다. 자취하는 놈들은 얼굴 한번보기가 몇달에 한번이고, 이사간 놈은 진짜 반년에 한번이다.
그것도 내가 날잡고 정왕을 가야 볼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삭막한 일인가.
물론 코로나도 한몫한다. 코로나가 집에 있게 만들어 놓으니까 그게 적응되서 그런가
다들 밖에 나오려고들을 하지않는다. 이렇게 코로나로 마스크를 쓴지도 어느덧 1년
나만 적응이 안된건지, 나는 아직도 이 생활이 너무나 불편하다.
그런 소재의 영화들이 있다. 엄청난 질병이 창궐하여, 모두가 고립되고 군대가 길거리를 통제하며, 시민들은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사회 시스템은 마비, 경제는 대공황… 모조리 혼돈의 카오스… 물론 영화처럼 그런 혼돈의 카오스는 일어나지않았다지만,
이런일이 내 인생에 직접 들이닥칠 줄이야. 한치 앞도 모르는게 세상일이라지만,
무슨놈의 병이 영화마냥 창궐해서 맨날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하고, 모든 축제와 행사는 사라졌으며 모든 식당은 10시면 닫아 버리는 이러한 사태를 내가 겪고 있다니, 얼탱이가 없다.
어제도 맥주를 먹다 10시가 되서 밖을 나와 한참을 방황하다가 엑슬루 1층에서 그냥 앉아서 마저남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마저도 11시에 쫓겨나, 재밌는 이야기 시작도 못하고 집에 와버렸다.
개같은 코로나.
코로나가 뺏어간것들은 수도 없이 많지만,
내가 가장 짜증나는건 내 인생에 낭만이란것들을 뺏어갔다는 거다. 밤늦게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거나, 문득 혼자 영화관에가서 영화를 보고 여자친구 손을 잡고 봄꽃길을 걷는 그런것들 말이다.

코로나가 생기기전의 삶을 생각해보면, 참 낭만적이고 행복했다는 생각이 든다. 활기를 띄는 대학교, 봄꽃을 보러온 사람들, 북적북적한 번화가…
사람은 이렇게 꼭 뭔가를 뺏겨야 그 시절이 행복했다고 깨닫는다.
인생은 저때가 좋았지… 저때가 행복했지…하며
그 순간엔 그게 행복인지도 모른채 그 순간을 떠나보내는것의 반복인것 같다.
코로나가 없어지고 저 행복을 다시 돌려받게되도 한달, 아니 일주일이면 또 익숙해져서 다시 저 행복을 막 대하게 되겠지…
그래도 진짜 한번만 다시 돌려줘라 내 행복…소중하게 대해줄게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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