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냄새
2022.11.05
안경 렌즈를 맞출일이 있어서, 이왕 밖에 나온김에 다 해결해버리자는 마음에 노트북도 들고나와서 안경점 앞에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어느덧 추워져서 두꺼운 외투를 입고 밖을 나섰는데, 정말 겨울이 온게 체감이 됐다. 나는 겨울이 오면 뭔가 센치해지는데, 날씨가 추워지면 작년 이맘때 겨울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문득 어느새 또다시 1년의 마지막에 와있다는 생각이 들곤한다. 어릴 때는 1년이라는 시간이 길고도 길었던 것 같은데, 나이가 들수록 1년이라는 시간이 왜이리 짧은지 모르겠다.
이번주 화요일에는 2차 면접을 봤다. 운이 좋게도 1차와 2차 사이의 준비기간이 조금 길었는데, 사실 면접준비라는게 뭔가 멘탈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라, 면접이 끝나고는 뭔가 너무나도 후련한 마음이 들어 너무나 뿌듯했다. 잘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최선을 다해서 그런지 후회가 많이 남던 1차면접과 다르게 잘 마무리했다는 후련함이 더 커서, 면접 끝난 하루치고 너무 기쁘게 하루를 마무리 했던 것 같다. 마음에 있는 커다란 짐덩이가 하나 사라진 느낌…
면접은 정해진 틀이 없고 뭘 물어볼지 정답이 없는 것 같아서 유독 준비에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 것 같다. 그리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조금 유독 컸는데, 준비를 하면 할수록 뭔가 내가 진짜 진짜로 저 회사에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힘들었던 것 같다. 나라는 사람에 대한 자신감과는 별개로, 사회에 내던져진 내 모습이 생각보다 너무 초라한 것 같은 느낌이 계속 들어서 면접 준비할 동안 틈틈히 내가 썼던 블로그 글을 읽거나 공부시간 기록표를 보며 내가 노력한 시간들에 대해 자신감과 믿음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그런가 면접이 끝나고도 나름 면접에서의 내 모습이 만족스러워서, 여기서 붙건 떨어진건간에 그래도 내가 노력해온 길이 헛되지 않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속이 좀 후련했던 것 같다.
그리고 좀 웃긴이야기지만 면접 과정에서 가장 자신감이 떨어졌을때 도움이 됐던게 롤드컵이었는데, DRX가 결승에 가는걸 보고 큰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 스프링 부터 서머내내 하위팀을 전전하던 DRX가 정말 처절하고 치열하게 포기할법도 한 경기들을 포기하지않으며 하나하나씩 이겨내며 가는 모습을 보고 뭔가 가슴이 뜨거워졌다. 아직 애인가 나도…
DRX도 하나하나 관문을 거쳐가며, 아마 롤드컵 결승을 생각하면 아마 ‘그게 가능하다고?’ ‘우리가 진짜 갈 수 있을까?’ 하는 고뇌와 생각들을 수도없이 했을 것이다. DRX는 롤드컵 결승에 오는 경기내내 모두 언더독이었고 한번도 승리예측 우위를 점한적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것들에 신경쓰지 않고, 눈앞에 있는 당장 한경기에만 집중하고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결과를 이뤄냈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래서 미래에 어떤 결과가 있는지를 너무 걱정하고 고민하기보다는 현재를 치열하고 처절하게 열심히 하다보면 어느새 저기에 가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현재를 열심히 살기로 다짐하며 면접을 열심히 준비 했던 것 같다. 붙을지 떨어질지는 몰라도, 2차면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후회는 없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 편안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며 살짝 여유로워진 마음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는중이다. 내일은 DRX의 결승전이 있는 날이다. 물론 DRX는 이번 결승마저 언더독으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상대편의 우승을 예측하고 있지만, 내일 우승해서 내 마음에 한번 더 감동을 주었으면 좋겠는 마음이다.
조금 오글거릴 수 있는 말이지만 데프트가 ‘중요한 것은 결국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을 한게 요즘 자꾸 머릿속을 맴돈다. 나이 26살 먹고 프로게이머가 한말이 가슴을 울리다니…
나도 혹여나 이번에 떨어진다고 해도 다시 또 일어나서 다른 도전을 하면 되는 거니까 , 너무 가슴졸이며 기다리지는 말자는 말고 지금을 준비하자는 말을 스스로에게 계속 되뇌인다. 중요한 것은 결국 꺾이지 않는 마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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