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에 대하여
2022.03.19
요즘 인생의 방향성에 대해 생각이 좀 많다. 원래는 이번년도에 창업을 해보면서 대략 어떤 느낌인지 맛을 보자는 느낌이었는데, 계획서를 써보고 공부해볼 수록 그렇게 1년만 해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란걸 깨닫는다. 그런식으로 1년만 하려는 마음가짐으로 뭔가를 이뤄내기엔 창업은 그리 만만하지가 않다.
원래는 창업이 노리스크라고 생각했었다. 어차피 창업 경험을 기업에서 더 알아줄거라는 막연한 기대감도 있었고, 창업하면서 얻는 지식들이 내 인생에서 결국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내가 지불할 기회비용이라고는 취업이 늦어져서 잃게 되는 수입정도?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우선 내가 스타트업의 대표가 되면, 생각보다 개발자로써의 실력을 키울 기회가 크지 않다.
대표가 되면 내가 개발할 시간도 압도적으로 줄을 뿐아니라, 극도로 초기의 스타트업에서 개발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커리어를 쌓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유능한 CTO를 뽑아서 배워가며 할 수도 있겠지만, 실력이 좋은 사람이 내가 만든 극초기의 스타트업에 합류할 가능성은 아주 적다. 결국 대표가 할일은 열심히 투자를 받아오는 것인데, 이러한 능력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이렇게 잘안되는 스타트업에서 몇년 시간을 보내다 보면 내 커리어로 인정받을 만한 것들이 몹시 줄어든다. 게다가 초기에 남들이 다 취업하고 돈벌때 나만 스타트업에서 하루에 열시간 넘게 일해가면서 적은돈을 받으며 외로운 시간을 내가 견딜 수 있을까?
그래서 대략 3가지의 선택지가 있는것 같은데
- 창업을 포트폴리오의 목적으로 지원금 받아서 프로젝트 한번 해보고, 열심히 취준
- 다 걸고 창업…
- 열심히 취준 후 창업은 뒤로 미룬다.
선물 시장에서는 옵션이라는 개념이 있다. 옵션은 내가 특정 상품을 살 수 있는 권리 또는 팔 수 있는 권리를 파는 것으로, 만약 지금 1000원인 상품을 1년후에 1100원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샀다면, 콜옵션을 샀다고 할 수 있다.
이 콜옵션의 가격은 얼마일까? 대략 어림잡아 한 100원정도 할 것이다. 만약 1년후에 이 상품의 가격이 1400원이라면, 나는 1100원에 해당 상품을 매수해서 다시 되파는 식으로 300원의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고, 가격이 1100원 밑으로 떨어진다면 이 권리를 포기하고 콜옵션을 구매할 때 사용한 100원을 잃으면 된다.
그런데 만약 6개월이 지나고 이 상품의 가격이 여전히 1000원이라면? 이 6개월남은 콜옵션의 가격은 여전히 100원일까? 아마 100원 보다 낮은, 대략 60원정도의 가격일 것이다.
남은기간이 줄어들었으니 이에 따라 이 상품의 가격이 1100원 이상으로 오를 확률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또, 만약 같은 가격 1000원의 두가지 상품이 있다고 할때, 첫번째 상품은 히루에 평균 10원씩 왔다갔다하고, 두번째 상품은 하루에 평균 50원씩 왔다갔다 하는 변동성을 갖는다면 1년 후 1200원에 행사 가능한 두가지 상품의 콜옵션은 어느 상품이 더 비쌀까? 당연히 2번째 상품일 것이다.
두번째 상품의 변동성이 1200원에 도달할 확률이 첫번째 상품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에, 사람들은 두번째 상품의 콜옵션을 더 높게 사려고 할 것이다. 첫번째 상품이 대략 170원정도라면, 두번째 상품은 대략 한 220원 정도는 줘야 할 것이다. 따라서 결국 옵션은 상품의 변동성을 사고 파는 것이다.
갑자기 뜬금 없이 옵션 이야기를 왜 했냐면, 우리 인생도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라는 상품을 시장에 판다면, 내 콜옵션의 적정가치는 얼마일까? 우선 내 나이가 어릴수록 동일한 실력대비 더 좋은 가격을 받을 것이다. 남은 시간이 많을수록, 나라는 상품의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으니까 내가 더 높은 가치를 갖게 팔릴 것이다. 실제로 회사에서는 같은 실력이라면, 더 어린사람을 뽑을 것이다.
두번째로는 마찬가지로 내 자신의 변동성이 높다면 더 높은 가격을 받을 것이다. 내가 더 높은 가격에 도달할 확률이 더 높아보이는 사람이 된다면, 더 높은 가격을 인정 받을 수 있을것이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실력이 더 좋은 사람을 뽑는다.
결론적으로 회사는 사람들의 콜옵션을 사는것이다. 연봉이라는 콜옵션 가격을 제시하고, 사람들은 그걸 판다. 그래서 만약 그 사람이 회사에서 완전 대박을 터뜨려도, 연봉인상이나 승진등의 이득을 누릴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의 부를 거머쥐거나 한다는 일은 없다. 이미 자신이 가진 변동성의 가치를 회사에 팔아버린거니까.
당연히 반대로 자신의 가격이 떨어지는경우, 실수를 했다거나 성장이 뒤쳐진다거나 하는 경우에도 자신이 리스크를 감내하지 않는다. 물론 정말 큰 실수를 했다거나 일을 현저히 못하는 경우 잘릴 수 있겠지만, 크게 성장하거나 열심히 하지않아도 그냥저냥 회사를 다닐 수는 있을 것이다. 변동성이 낮거나 대략 회사가 원하는 가격 적정선에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회사에 취업하는게 더 큰 이익을 보는 일일 수도 있다.
물론 변동성이란 개념은 위, 아래 동일하게 열려있기 때문에 변동성이 클수록 위로 오를 가능성 만큼 동일하게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 그래도 다행인건 내가 생각하기에 인간의 변동성이라는 가치는 금융에서의 자산과 다르게 열심히 노력한다면 그래도 리스크의 크기가 위와 아래 둘이 동일하지는 않은 것 같다. 아래 쪽 리스크가 그래도 확실히 적다.
결국 내 변동성이 얼마인지를 파악하는게 중요한것 같다. 내가 그저 그런사람인 것 같다면 난 얼른 회사에 한살이라도 젊을 때 내 콜옵션을 회사에 파는 것이 나을 것이고, 내가 변동성이 큰 사람이라면 내가 갖고있는게 나을 것이다. 인생은 다행히 변동성의 윗부분이 아래보다는 크다고 믿으니까…
올 한해동안 내가 가진 가치를 키우고, 그 가격은 얼만지에 대해 열심히 생각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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